개진상 손님들 만나면 표정 숨기기 힘든데…마스크 벗기 두려운 그들[0]
조회:247추천:0등록날짜:2022년05월02일 11시09분
개진상 손님들 만나면 표정 숨기기 힘든데…마스크 벗기 두려운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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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정현석씨(32)는 지난해 어느 여름날 저녁 중년 남성 3명을 응대하며 마스크를 써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은 대뜸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이들을 한사람씩 택시에 태우며 어쩔 수 없이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마스크 덕이었다. 정씨는 "마스크를 벗으면 표정관리도 해야할텐데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해진 만큼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자는 논의가 시작됐지만 일부 감정노동자들은 내심 아쉽다는 분위기다. 마스크가 표정관리에 대한 부담은 줄여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아닌 법이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고객의 농담은 감정을 소모하게 한다. 최근까지 은행 창구 업무를 맡았던 김모씨(31)는 그동안 손님들에게 "남자친구는 없냐"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을 들어왔다. 증빙 서류 없이 가족의 통장만 들고와 돈을 인출해 달라는 손님도 있었다. 손님은 김씨가 당황해하니 "표정이 왜 그러느냐"고 지적했다.
손님을 응대해도 표정에 불쾌감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김씨가 일하는 은행은 고객 응대가 인사 평과에 반영된다. 손님의 부정적 평가가 쌓이면 추후 승진과 연봉 인상에도 불리해지는 구조다. 김씨는 "고객 응대 점수가 나중에 평가에 반영되니 연인 있냐고 묻는 손님도 웃으며 타일러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를 쓰니 적어도 표정관리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은 상황이다. 김씨는 "손님들의 외모평가도 줄었다"며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김씨 말고도 마스크를 써 고객 응대가 편했다는 감정노동자는 많다. 학원에서 학부모들 상담을 맡은 전모씨(29)도 "학부모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들을 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며 "마스크를 쓰면 얼굴 앞에 방어막이 생긴 듯 편안했는데, 앞으로 벗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가 감정노동자들을 지키지 못하니 이들이 마스크에 의존하게 된 것이라 설명한다. 예컨대 2018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감정노동자에게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고용주는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업무를 전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보니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하는 고용주들이 많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사업자가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처벌할 규정을 둬서 강제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법 전문인 정재욱 법우법인 주원 변호사도 "현재로선 고용주가 감정노동자에게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경우가 아니면 고용주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며 "감정노동자를 갑질로부터 충실히 지키지 못할 때 처벌을 강화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뎌 내일 부터 우리는.. 야외 노마스크 시대.. ㄷㄷㄷㄷㄷㄷ 사건 사고들 쪼매 발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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