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영업손실 수백억" 마구잡이 손해산정 인정해준 법원[0]
조회:19추천:0등록날짜:2022년08월17일 11시36분
"파업 영업손실 수백억" 마구잡이 손해산정 인정해준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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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8천억원이라던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1천억원 미만의 손해배상소송을 검토 중이며 이 마저도 실제 피해액보다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법원이 노조를 상대로 한 기업들의 ‘손배소 부풀리기’를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해준 것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의 쟁의행위를 죄악시하던 1990년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파업 기간 매출 부진과 각종 부대비용을 보전해 달라는 기업들의 무리한 주장을 수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8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로 현대차 아산공장 라인이 41분 멈췄다. 현대차는 “고정비 6100여만원이 낭비됐다”며 사내하청지회를 상대로 9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고정비에는 공장 가동과 무관한 감가상각비와 연구개발비 등이 포함됐지만, 법원은 사쪽 주장에 따라 “일단 모두 고정비로 본 뒤” 책임을 40%로 제한해 4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기업 손배소와 관련한 법원의 이런 판단들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것이다. 1993년 대법원은 ‘파업이 없었다면’ 벌어들였을 매출과 그 기간 사용된 고정비를 모두 쟁의행위 손해로 판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하루 매출 259억원을 모두 손실로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다. 또 1996년 대법원은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등 공장 가동 중단과 무관하게 지출되는 고정비도 “기업이 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하고 지출했다가 회수하지 못한 비용”이라고 봐 손해 산정에 포함시켰다. 현대차가 이런 논리로 2010년부터 사내하청 노조를 상대로 10여차례 소를 제기해 대다수 사건에서 배상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도 “하루 평균 57억원가량 고정비가 점거농성으로 손실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제조기업들이 기계 고장 등 각종 변수에 대비해 재고를 마련하거나 잔업·특근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쟁의행위 발생→생산량 감소→판매량 감소’라는 법원의 전제는 현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앞선 2012년 ‘41분 공장 점거’ 사건을 봐도 라인이 멈춰 차 생산이 지연된 것은 추후 직원들의 휴일 근무로 메워졌고, 현대차는 전년도에 비해 1만3007대 많은 190만5261대를 생산했다. 그해 현대차는 전년보다 5.1% 증가한 8조4369억원을 벌어들였다.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등 고정비가 ‘손실’됐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판사 출신 최우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법한 쟁의행위 중 지출된 고정비용의 배상에 관한 검토’ 논문에서 “대다수 제조기업이 재고와 보충근로 등으로 판매량 저하 위험에 대비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파업으로) 생산량이 저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판매량 저하 사실까지 추정할 수 있다는 사고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매량 저하가 인정되지 않은 사안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쟁의행위 손해배상 범위를 기업에 유리하도록 지나치게 확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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