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빵공장, 사고 목격 노동자들 다음날 정상출근 시켰다[0]
조회:52추천:0등록날짜:2022년10월20일 11시41분
SPC 빵공장, 사고 목격 노동자들 다음날 정상출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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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일자 뒤늦게 휴가 부여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다음 날 바로 공장 작업을 재개해 사회적 공분을 산 에스피엘(SPL)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를 정상출근 시켰다가 비판이 일자 뒤늦게 휴가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피엘은 에스피씨(SPC) 그룹의 계열사로, 해당 공장은 제과점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에 빵 반죽과 재료를 납품한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에스피엘 평택공장은 지난 15일 오전 6시께 20대 노동자 ㄱ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가운데 일부에게만 16일부터 휴가를 부여했다. 일부 노동자는 회사 지시를 받고 16일 밤에도 출근해 재료를 폐기해야 했다. 사고 다음 날 ㄱ씨를 숨지게 한 기계를 옆에 두고 작업을 진행해야 했던 냉장샌드위치 공정 노동자 150여명 역시노조가 항의한 뒤인 17일에야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동료 노동자의 트라우마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16일 오후 늦게 고용노동부가 3층 샌드위치 공정 전체에 작업중지를 권고하고 나서야 휴가를 제공한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파리바게뜨 공동행동 상임대표)는 “당시 사고를 목격하고 수습했던 분도 (회사) 호출로 근무해야 했다”며 “노조가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일을 시킬 수 있냐고 항의를 하고 노동부 권고가 있고 나서야 부랴부랴 유급휴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구마케이크 공정 노동자는 사고 현장 3층을 자주 오가지만, 같은 공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늦게 휴가 대상자가 됐다. 민주노총 화섬노조 에스피엘(SPL)지회 노조 관계자는 “고구마케이크 공정 노동자들은 18일까지 정상출근을 했다”며 “(작업) 전처리를 위해서는 (사고가 난) 3층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도 힘들다’고 요구를 하고 나서야 휴가가 부여된 상황이다. 이마저도 유급휴가인지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역시 노조가 항의하자 뒤늦게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지난 17일 동료 근로자 등의 트라우마 치료를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의뢰했다. 야간작업자 11명에 대해 우선 시행하고, 3층 작업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트라우마 치료를 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계자는 “우선은 야간작업자 11인에 대해서 공단에 의뢰를 했고, 점점 대상자를 늘려갈 예정”이라며 “요구가 있다면 회사에서 협의해서 범위를 더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산업재해 사고의 경우 동료 노동자에 대한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차·3차 사고의 위험성뿐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것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자체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 기준의 첫 번째”라며 “불안이나 슬픔, 분노 등 스트레스가 이어져, 심리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특히 “동료가 겪을 죄책감이나 트라우마를 고려했을 때, 목격하거나 수습한 노동자가 아니어도 전체적인 동료 노동자 전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 없이 업무가 계속 굴러간다면, ‘나의 안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소외감이나 걱정이 이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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