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40대 스토킹 피해.."30대보다 많고 더 위험"[0]
조회:55추천:0등록날짜:2022년10월24일 11시53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40대 스토킹 피해.."30대보다 많고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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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과 동반되는 경우 많아 "다른 범죄로 이어질 소지 다분"
스토킹=애정문제 시선 여전..인식개선과 제도적 안전망 구축해야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스토킹 범죄 피해 상담은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들어오죠. 60대 여성분이 상담을 요청한 적도 있어요."(A 상담소 관계자)
"저희 기관을 방문하는 스토킹 범죄 피해 상담 연령대는 40대 이상이 많습니다. 가정폭력과 연계되면 아무래도 나잇대가 올라가니까요." (B 상담소 관계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 1년을 맞이했지만 중년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관심이 2030 청년 여성의 스토킹 피해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년 이상 스토킹 범죄는 다른 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중년 이상 여성들은 이혼 및 별거, 자녀 등 주변인 스토킹 등 가정폭력과 결합된 사례가 많아서다.
확대된 사회적 관계를 반영한 스토킹 처벌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상 배우자 등 가족에게 스토킹 피해를 받더라도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자의 자녀, 가족은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News1 DB◇스토킹 피해 여성 3명 중 1명은 중년층이상…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24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스토킹범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8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범죄 피해자 7517명(남성 1289명, 여성 6228명) 중 40세가 넘는 여성층이 피해자인 경우는 2477명(32.9%)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여성 피해자는 1221명으로, 20대(1530명) 보다는 적지만, 30대(1093명)와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일선 현장에서 스토킹 피해자들을 만나는 수사기관, 시민단체 등도 스토킹 피해가 청년층에 국한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평범한 주거지역인데 스토킹 신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들어오는 편"이라며 "피해자가 지정한 지역에 순찰을 돌기도 하는데, 대상자 중 중년 이상 연령대가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년 여성의 스토킹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가정 폭력 또는 이혼 직전 상태에 상대방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혼 소송 중) 양육비 산정, 재산분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지배적 사고방식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 배우자, 가족 간의 스토킹 범죄는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가족관계 등에서의 스토킹범죄에 따르면 미국 내 발생한 범죄 중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 의한 살인미수 사건의 85%, 살인기수 사건의 76%의 여성 피해자가 사건 전 스토킹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가정폭력이 동반되면 스토킹은 사랑,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달 초 충남 서산에서 40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은 가정폭력이 스토킹과 연관된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당시 피해자는 4차례에 걸쳐 가정폭력을 신고해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지만, 가해자인 남편은 피해자의 직장에 찾아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소재의 한 가정폭력 상담소 관계자도 "올해 1월 대구, 지난 2월 서울 구로구, 지난 6월 안산에서 스토킹 살해 범행 피해자들 모두 중년 여성이었다"며 "스토킹 신고 내용을 들어보면 폭행, 성범죄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범죄 사실 알아도 신고 망설여…애정·가정문제로 보는 인식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중년 여성을 상대로 한 스토킹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애정 문제 혹은 가정사로 스토킹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엔 스토킹 범죄를 청춘 남녀의 애정 문제로 접근하는 시선이 존재한다"며 "오늘날 스토킹 피해는 2030뿐만 아니라 전연령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도 "상담을 하면 피해자가 범죄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스토킹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사회적 체면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스토킹 피해에 노출됐다는 사실 자체를 꺼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실제 스토킹 발생 사례는 신고된 건수보다 많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학교 앞에서 기다리거나, 가족, 친구 등에게 연락을 시도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안 필요성도 제기된다. 자녀, 지인이 스토킹 피해를 입어도 직접적 피해가 드러나야 피해자로 판단하고, 보호조치 또한 직접적 피해자에게만 적용되기 떄문이다. 현재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폭법) 적용 범죄엔 스토킹이 포함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 변호사는 "현행 스토킹 처벌법의 경우 처벌 행위가 한정돼 여기 포섭되지 않는 많은 유형이 존재한다"며 "가정폭력 등과 결합되면 더 다양한 범죄가 스토킹 사각지대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교수도 "(스토처벌법에 규정한 부분 외에도) 피해자와 주변인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주는 다양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고령화 시대에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에 맞춰 법적,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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