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시민이 직접 기록한 하늘의 로드킬 3만8천건 > 유머/이슈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800만 마리. 1년 동안 한국에서 유리창과 방음벽 등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되는 새의 숫자다.

유리창은 먹이활동이 아닌 유희로도 사냥하는 고양이에 이어 새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두 번째로 큰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에는 총 1천421㎞의 투명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최근 4년 동안 시민들이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충돌만 약 4만 건이다.

14일 자연관찰 오픈플랫폼 네이처링에 따르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참여자 3천497명은 2018년 7월 이래로 통유리 건물과 고속도로 투명방음벽 등에 부딪혀 죽은 새를 3만8천84건 발견했다.

종별로 보면 멧비둘기가 5천6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참새 2천159건, 직박구리 1천362건, 물까치 1천214건, 박새 1천10건,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841건 순이었다.

새매(403건), 참매(134건), 새호리기(53건), 수리부엉이(48건), 팔색조(34건)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자연·인위적 위협을 제거하거나 완화하지 않으면 근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들)으로 지정된 조류도 있었다.

환경부는 하늘의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새 충돌 방지 스티커 구매 비용을 지원해왔다.

이른바 5×10 규칙에 따라 유리창에 무늬를 새기면 새 충돌을 92%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10 규칙은 조류가 대체로 높이 5㎝·폭 10㎝ 미만의 좁은 공간은 통과하려 하지 않는다는 습성을 말한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조류충돌 저감 사업에 올해보다 20% 줄어든 1억2천만원이 편성됐다.

내년 6월부터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충돌을 최소화하도록 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법 시행에 앞서 환경부는 인공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야생동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더 많은 시민이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해 데이터를 축적하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실장은 "한국은 (시민 모니터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나라"라면서 "(조류 충돌 저감 조치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더 열심히 조사해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