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알바 뛰어든 청소년…자칫 사고 땐 빚더미 떠안아[0]
조회:102추천:0등록날짜:2022년11월14일 11시33분
배달 알바 뛰어든 청소년…자칫 사고 땐 빚더미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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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오토바이값 선불로 계약, 납입금 맞추려 늦은 밤까지 일해- 플랫폼 노동자 근로법도 미적용
- 전문가들 “법적 대책 마련해야”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청소년이 거액의 빚을 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가 사고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데다 사고 후 자신은 물론 피해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배달노동 규제를 강화하는 등 법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배달대행업체에서 근무한 A(18) 군은 일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인명 사고를 내고 현재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대안가정에서 생활 중이다. A 군은 오토바이를 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다. A 군이 업체에 내야 하는 돈은 330만 원 상당의 오토바이 값과 연 보험료 1200만 원(통상적인 연간 보험료는 800만 원 이상) 등을 합친 1600만 원. 하루에 4만5000원 씩 1년 동안 내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건당 3500원 수수료를 받는데 납입금도 내고 수익도 가져가려면 최대한 배달을 많이 해야 해 교통 신호와 제한 속도를 지키지 않을 때가 많았다. 10시간씩 일하던 A 군은 사고 당시에도 스마트폰으로 배달 주문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고 이후 배달을 못해 밀린 빚은 700만 원에 이른다. A 군은 “오토바이를 갖고 싶다는 순진한 마음에 시작했는데, 현실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B(17) 군도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 매일 일정액을 갚는 조건으로 배달을 시작했다. 무리하다 보니 사고가 났고 무면허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던 탓에 치료비 900만 원은 자신이 감당했다. B 군은 “후회 된다”며 “업체가 무면허 청소년들을 받아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오토바이 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할 수 있다.
배달 아르바이트로 몰리는 청소년의 비율이 높은 건 아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원 311명 중 10대는 18명(6.1%)이지만 사실상 ‘선불금’ 형태인 납입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의 환경에 처하거나 사고 발생 때 제대로 대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명(42.3%)이 오토바이를 빌려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2명 중 73.1%(38명)가 밤 10시 이후에도 일을 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청소년은 밤 10시 이후에 일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보호할 방안은 마땅치 않다. 개인사업자에 속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박진현 연구원은 “배달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대행업체로부터 출퇴근 시간을 지시·통보받고 일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업체 소속 노동자와 비슷한 형태로 근무하지만 보호 장치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석병수 부산노동권익센터장은 “청소년들이 고용 계약이나 보험 계약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악용하는 배달대행업체가 있다.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로 변경해 무자격 대행사를 걸러내야 한다”며 “무면허 운전자에게 운전을 시켜도 30만 원 이하의 벌금 밖에 처하지 않는 도로교통법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성 부전청소년센터장은 “멋모르고 청소년들이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장시간 노동과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며 “배달 라이더는 근로기준법 상 청소년 고용 금지 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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