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삭제해도 유포 또 유포”…피해지원 종사자 36% PTSD 우려[0]
조회:379추천:0등록날짜:2022년12월01일 11시50분
“성착취물 삭제해도 유포 또 유포”…피해지원 종사자 36% PTSD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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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상담하거나 피해 촬영물을 삭제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꼴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지속적으로 목격하는 탓에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연구용역 보고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종사자 정신건강 진단·치유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보면, 이들 노동자의 스트레스와 불안 정도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점검표(총점 0~80점)로 이들 노동자의 외상후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현재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정도(33점 이상)인 이들의 비율이 36.2%(38명)로 집계됐다.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연구진은 지난 7월20일~8월3일 서울·경기 지역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여성긴급전화1366 등 일부 피해지원 기관 소속 실무자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관련한 연구·분석은 꾸준히 이뤄져왔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실무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살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노동자의 ‘불안’ 정도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보다 심각했다. 연구진이 공황 상태와 안절부절못함 등을 보이는 ‘불안’ 정도(총점 0~24점)를 측정해보니, 이들의 평균은 6.38점이었다. 이는 2001년 한 국외 연구에서 발표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환자의 ‘불안’ 정도 평균 점수(6.19점)보다 높은 수치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에 기인한다. 충격을 경험한 이유를 묻는 항목(중복 응답)에 “피해자 연령이 너무 어려서”(22.9%)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디지털 성범죄를 나 또는 주변 사람이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22.2%)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1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지원 피해자 6952명 가운데 나이를 알 수 없는 경우(46.4%, 3229명)를 빼면 10대 피해자가 21.3%(1481명)로 가장 많았다.
피해 촬영물을 한번 지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도 이들 노동자를 지치게 만든다. 번아웃(소진) 이유를 묻는 항목(중복 응답)에 “생존자(피해자)를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거나,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무력감·무능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23.9%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피해지원 기관에서 노동자의 번아웃과 간접 외상후스트레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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