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원 빚' 20년간 안 갚고 자꾸 미뤄…결국 사촌형수 살해[0]
조회:1,071추천:0등록날짜:2023년01월27일 11시29분
'4천만원 빚' 20년간 안 갚고 자꾸 미뤄…결국 사촌형수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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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결혼 후에" 4000만원 변제 미루자 흉기 살해
1·2심 "살인 의지 확고…엄벌 불가피 " 징역 20년 선고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같이 죽자."
지난해 2월25일 새벽 3시40분 전북 김제시 한 빌라. A씨(58)는 잠들어 있던 사촌 형수 B씨(50대·여)를 깨워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하며 이렇게 말했다.
잠에서 깬 B씨는 "흉기를 내려놓고 대화하자"며 A씨를 설득했다.
대화를 이어가던 B씨는 눈앞에 놓인 흉기를 낚아챘다. 이에 A씨는 B씨 팔을 깨물어 다시 흉기를 빼앗았다. 놀란 B씨는 화장실로 도망가 문을 닫고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다.
몸으로 문을 밀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A씨는 B씨를 흉기로 내리쳤다. B씨가 구석에 쓰러지자 A씨는 10여 차례에 걸쳐 흉기를 휘둘렀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망 원인은 다발성 자상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였다.
이 사건은 20년 전 돈 문제가 발단이 됐다. A씨와 B씨 남편은 이종사촌이다.
A씨는 지난 2002년 B씨 부부 부탁으로 4000만 원을 빌려줬다. 이 돈은 당시 A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가해자에게 받은 합의금이었다.
이후 A씨는 지속적으로 변제 요청을 했지만, B씨 부부는 돈을 갚지 않았다. 그 사이 사업이 어려워진 A씨는 임대료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에 A씨는 B씨 부부에게 빌려준 4000만 원을 받기 위해 지난해 2월18일 B씨 부부를 찾아갔다.
A씨는 "당장 (사업이) 망하게 생겼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냐"며 돈을 갚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B씨는 "지금은 도저히 돈이 없어 안 되겠다"며 "올해 10월 (둘째) 딸 결혼식 끝나고 5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A씨는 빌려준 돈의 일부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B씨 부부 집에 머물렀다.
하지만 A씨는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돈이 없다'는 B씨 말과 달리 B씨 부부와 아들 세 사람은 각자 차를 몰고 있었고, B씨 남편도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B씨 부부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다는 생각에 화가 치솟았다. 이에 A씨는 지난해 2월 22일 철물점에서 흉기를 샀다. 그리고는 자신의 차 조수석에 보관하다 B씨 집 안방 화장실로 가져와 숨겼다.
A씨는 범행 전날까지 B씨에게 재차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전히 B씨는 "의료보험료 3000만 원이 밀려 치아 치료를 못받고 있다. 의료보험을 살리려면 체납된 보험료의 반이라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B씨 남편도 "당장은 해결할 수 없다"며 "둘째 딸 결혼식 끝나고 500만 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써주겠다"고 했다. B씨 부부는 3~4년 전 첫째 딸 결혼식 때도 A씨에게 "결혼식 끝나고 돈을 주겠다"고 하고 돈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는 B씨 부부에게 4000만 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튿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후 안방 화장실로 가 손에 묻은 피를 씻었다. 잠시 뒤 이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들이닥치자 "친척 집에 볼 일 있어서 왔다"며 태연하게 집밖을 나가기까지 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A씨는 법정에서 "잘못했다"면서도 "화가 나 우발적으로 그랬다. 오죽했으면 제가 그랬겠느냐"며 선처를 호소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에 대해서는 3명이 징역 20년, 3명이 징역 15년, 1명이 징역 13년의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 중 가장 무거운 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지난해 6월 "피고인은 잔혹한 범행 방법으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공포과 고통을 줘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씨와 검사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21일 "피고인은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나 매우 계획적이고 살인 의지 또한 매우 확고했다"며 "다만 원심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10년이 넘는 기간 불안 및 우울장애를 겪고 있는 점, 다수의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은 정당해 보인다"며 검찰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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