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에 징계? 검열 시작될 것"... 목사, 소송에 나서다[0]
조회:801추천:0등록날짜:2023년02월21일 11시11분
"성소수자 축복에 징계? 검열 시작될 것"... 목사, 소송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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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 목사 "교회의 혐오차별적 행보가 변화하는 계기됐으면"
[지유석 기자]
▲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이유로 기감 교단 법정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가운데)가 사회법정에 징계무효 소송을 냈다. 지난 2일 징계무효소송을 알리는 기자회견. |
ⓒ 지유석 |
교단 재판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목회자가 해당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서 징계무효 여부를 다투기로 했다.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 이야기다.
기독교대한감리회(아래 기감) 소속인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 법정에 서야 했고, 이 사건은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 목사는 성소수자 축복기도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았지만, 교단은 2022년 10월 결국 정직 2년의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이 목사에 대한 정직 처분 교단 재판 1심 선고는 2020년 10월 나왔고, 2022년 10월에서야 처분이 최종 확정됐다. 교단 재판 과정에서 이미 정직처분 기간 2년이 경과했고, 따라서 이 목사는 목회를 재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성소수자 축복기도' 파문은 잊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동환 목사 재판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이동환 목사 공대위)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무효 소송에 돌입하겠다고 알렸다. 이 자리에서 이 목사는 "얼마나 길게 갈지 모르는 이 싸움, 감당해야 할 비난과 받게 될 상처를 각오해야 했음에도 이 재판을 결심한 건 교단 재판을 결심했을 때의 첫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는 저 개인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에 물들어버린 기감을 바꾸어내고자 하는 싸움"이라고 말했었다.
징계무효 소송 돌입은 교단의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단이다. 소위 '주류'를 차지하는 개신교단 내의 동성애 혐오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각 교단마다 교단 지도부의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낼 경우를 대비해, 교단 헌법에 '사회법정에서 패소할 경우 출교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잇달아 끼워 넣고 있다. 이 목사가 속한 기감(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 목사는 왜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법정 투쟁을 결심했을까? 그 이유를 듣고자 이 목사에게 인터뷰를 청했고, 이 목사는 흔쾌히 응했다. 지난 16일 이 목사를 기독교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 '큐엔에이'가 있는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이 목사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이유로 기감 교단 법정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가운데)가 사회법정에 징계무효 소송을 냈다. |
ⓒ 지유석 |
- 그간 근황이 궁금하다. 교단 재판에서 형 확정 이후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목회 현장으로의 복귀다. 항소심 재판을 하면서 이미 2년의 정직 기간이 지나갔다. 이런 이유로 재판이 끝난 후 곧장 목회하고 있던 영광제일교회로 돌아갔다. 오랜 시간 교회를 돌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성도들이 굳건히 교회를 지켜줘서 (복귀가) 가능했다.
성도들과 함께 교회의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비전선언문을 만들고 함께 고백할 신앙고백문을 만들었다. 그간 기초적인 내용만 있던 교회의 정관과 규약도 함께 하나하나 만들었고, 예배 예문도 다듬었다. 이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고 성도들도 그렇고 교회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겨났다. 근래에는 새로운 신자들이 하나둘 등록하고 있기도 하다.
2021년 재판이 지연되면서 천막농성을 벌였고, 이후 기독교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인 '큐앤에이'를 꾸렸는데, 이곳 활동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과 오해가 많은 한국교회 안에서 하는 운동이기에 후원을 받기도 어렵고 함께 운동을 펼쳐나갈 사람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가는 중이다.
다른 한편으로 퀴어 크리스천을 위한 무료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온전한 애도를 위한 성소수자 장례 예식서를 펴내어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 바로 소송에 대해 묻고자 한다. 최근 사회 법정에서 교권주의자들이 종종 패소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교권주의자들은 재판을 사회 법정으로 가져가면 출교시키겠다고 공공연히 압박하기도 한다. 혹시 이같은 위험을 알고도 소송하겠다고 한 것인가. 어떤 계기로 소송을 결심했는지 설명해달라.
"사실 지난해 기감 총회 재판 판결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재판 중 이미 정직 2년 기간이 지났기에 바로 담임목사로 복직할 수 있었고, 교단 재판으로는 뭔가 더 할 일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교단과의 싸움은 이만 정리하고 내가 있는 교회와 단체에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일 그리고 기감 교단의 차별법을 바꾸어내기 위한 긴 호흡의 운동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사회 법정에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정직 2년이라는 재판 결과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실 소송을 결심하기 얼마 전, 교단 일각으로부터 (저를) 고발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목사와 장로 10명의 이름으로 온 고발장을 보니, 이들은 2019년 축복식 이후 내가 했던 인터뷰와 활동들을 긁어모아 증거로 올려놨더라. 이걸 받고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감 교단을 포함한 한국 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이런 혐오의 역동이 단순히 교회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인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지금까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보수적 교회세력이 아닌가? 반(反)동성애 세력은 이미 교회 권력뿐 아니라 정치권력하고도 결탁돼 있다고 본다. 이는 우리 사회 인권의 전진의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런 위험부담을 인지하고 기감을 상대로 징계무효확인소송을 냈다. 기감 교단 헌법이라 할 '교리와 장정(교회법)'은, '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해 패소하였을 경우 정직·면직·출교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사법부가 종교에 대해 잘 관여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재판 결과가 바로잡힌다면, 조금이나마 교회의 혐오차별적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작을지언정 교회와 우리 사회에 소중한 인권의 이정표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가지고 있기에 소송을 결심했다."
-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했다는 게 교단이 내세운 징계 이유였다. 자칫 이번 소송이 교단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건 목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축복기도'였다. 이를 이유로 정직 2년의 중징계를 받는 게 선례로 남는다면 앞으로 기감 교단 목회자들은 비단 성소수자 관련 사안뿐만 아니라 무엇이 됐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 교단 권력의 눈치를 보며 검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또 (징계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감리교회 안에서 성소수자 성도들의 입지는 얼마나 좁아지겠나. 이 판결은 성소수자에 대해 혐오와 차별을 대놓고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냥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 교회 일을 가지고 사회 법정에 갔냐' '이런 식이면 교단을 나가라'는 등 제게 온갖 뒷말이 나오겠지만, 이 재판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이 다시 공론의 장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교회가 그간의 모습을 돌이켜 사랑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교회, 자신들의 편견과 아집 성찰해야"
- 가톨릭의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개신교에서도 이런 선언이 나올 수 있을까? 만약 이 같은 선언이 나오려면 어떤 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은 사회적으로 동성애를 범죄라 규정하고 있는 나라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가톨릭이 신앙적으로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고 밝힌 바는 없다. 그럼에도 교황의 이런 발언은 매우 중요하고 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한국은 사회법적으로 동성애가 죄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교회법에서는 죄로 규정한다. 그러니 교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점 변하고 있고, 이미 많은 문화예술계에서 퀴어 이슈를 열린 태도로 대하는 추세다.
앞으로 사회는 점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면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천동설을 주장하는 교회는 없고, 노예제가 옳다고 말하는 교회도 없는 것처럼 앞으로 동성애가 죄라 말하는 교회도 사라질 것이다.
교회는 자신들의 편견과 아집을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다르면 '틀리다'는 배타적 태도에서 돌이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지금 교권주의자들의 모습은 율법에 갇혀 예수를 죄인으로 몰아가고 죽이려 했던 바리사이(바리새인)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 2021년 3월 8일,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모습. 참가자들은 당시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촉구했다. |
ⓒ 이희훈 |
- 교단 재판 확정판결 이후 교단이 2000만 원에 가까운 재판비용을 부담시켰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다. 이번 사회 법정 소송 비용은 또 어떻게 마련했나.
"재판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놀랐었다. 그때 대책위에서 재판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큰 금액을 보내주신 분부터 작은 금액이지만 정성껏 마음을 담아 보내주신 분들까지 수백 명이 함께해 주셨고, 그 덕에 벌금이나 다름 없는 재판비용을 납부할 수 있었다.
이번 소송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에서 담당하는데, 공익인권변론으로 해주신다. 이 분들이 안 계셨다면 과연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정도로 제가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참 감사한 마음이다."
- 향후 소송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각오나 다짐을 말해달라.
"이제 겨우 교회로 복귀했는데 다시 소송에 나서게 돼 교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여러 어려움들이 예상된다. 얼마나 길게 갈지 모르기에, 앞으로 받게 될 스트레스나 감당해야 할 비난과 상처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전만큼 큰 관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외롭고 고독한 싸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이 점을 감내하면서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굳게 먹으려 한다. 모든 과정이 교회와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는 누군가를 미워하며 내 힘을 소진하고 싶지 않다. 공격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기보다는 사랑해야 할 사람들에게 집중하려 한다. 물론 재판 결과도 중요하다. 1심에서 안되면 2심, 3심까지 계속해서 두드려볼 것이다.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함께 연대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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