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폭탄'에 화들짝…막차 끊기자 "PC방서 첫차 기다려요"[0]
조회:1,043추천:0등록날짜:2023년03월01일 11시03분
'택시비 폭탄'에 화들짝…막차 끊기자 "PC방서 첫차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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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찍일찍 다녀라 밤새도록 술 처마시면 뭐 좋은 게 있나
[편집자주] 서울 택시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한 달이 지났지만 택시기사들도, 승객들도 불만만 쌓였다. 택시비 인상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MT리포트]택시비 인상 1개월(上)]
요금 오르면 뭐 해 손님이 없는데…택시기사들 한숨 푹푹
① "14시간 운행에 거의 20명 태웠는데 요새는 10명도 힘들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26.3%) 올랐다.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3.02.01.
"하루 14시간 운행하면 평균 18~19명은 태웠는데 요즘은 10명 태우면 많이 태우는 거예요. 할증이 많이 붙는 시간일수록 손님이 더 없어요." (34년차 택시기사 백모씨)
택시 요금이 대폭 인상된지 1개월째. 최대 수혜자로 예상됐던 택시 기사들이 울상이다. 요금 인상 탓에 승객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기사 수입이 오히려 줄었다. 특히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법인택시 기사들은 택시 요금 인상이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26%) 올라 4800원이 되고 다음날로 1개월을 맞았다.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는 할증률은 기존 20%에서 40%로 상향됐다. 이 시간대 기본요금은 6700원이다.
도로에는 '빈차' 표시등을 켠 택시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택시 요금이 가파르게 오르자 시민들은 택시 타기를 포기했다. 택시 기사들은 갑자기 줄어든 승객에 난감한 표정이다. 승객 1명당 수입은 늘었지만 승객 수가 크게 줄었다.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조사에 따르면 요금 인상 전인 지난 1월18일 하루 동안 서울시 법인택시 총운송수입금은 36억1334만원이었지만 요금이 인상된 2월1일 수입금은 34억6085만원으로 약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건수는 약 10.3% 줄었다.
택시 요금 인상에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기사들 사이 입장이 엇갈린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인상된 택시요금이 시민들에게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면 금세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요금이 인상된 만큼 서비스 질을 높여 시민들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영환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는 "10년 전 택시비가 24% 올랐을 때도 지금처럼 손님이 줄어 택시 기사가 힘들다는 얘기가 똑같이 나왔다"며 "요금 인상 후 2~3개월은 힘들 수밖에 없지만 점점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에서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이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운전자 교육, 차량 청결 유지 등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부분을 개선해 손님들이 편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인상 적용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한 택시 미터기에 4800원으로 인상된 기본요금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이날 오전 오전 4시부터 3천800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26%) 인상됐다. 기본 거리는 2㎞에서 1.6㎞로 400m 줄어들었다.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202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법인택시를 모는 기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인상된 택시 요금이 정착되더라도 기사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택시회사들이 기준금(사납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020년 1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사납금 제도가 금지되고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법인택시 기사들의 설명이다. 택시회사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금', '월 기준금' 등 명칭으로 사납금 제도를 변칙 운영한다. 실제 2013년 기본요금이 25% 인상될 때 기준금도 약 24% 올랐다.
법인택시를 1년째 몰고 있는 7년차 60대 택시기사 노모씨도 "개인택시는 입금이 없으니 법인택시 기사랑 같은 시간 일해도 최대 100만~150만원을 더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며 "택시요금이 오르면 가져가는 돈도 같이 늘어야 하는데 사납금만 늘 테니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택시 요금 인상에 개인택시 기사는 찬성이지만 법인택시기사는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택시는 사업자와 노동자의 이중성을 띠기 때문에 추후 수요가 회복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매출을 사업주가 기준금을 올려 100% 이상 가져가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또 "법 개정으로 택시 월급제가 2020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기준금에 미달하면 월급에서 제하는 식으로 최저임금도 안 주는 사업주가 많다"며 "대부분 고령인 기사들은 해고 불안에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우니 행정관청에서 해결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전액관리제에서 회사가 얼마를 가져갈지 등은 원칙적으로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시가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요금을 인상하기 전 법인택시 회사들과 오는 5월31일 이전까지 (사납금을) 동결시키겠다고 확약을 했고 5월이 지나도 최소한으로 올리는 쪽으로 유도할 계획"며 "이를 지키는지 지속적으로 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식은 1차로 끝"…'택시비 폭탄'에 밤 11시 신데렐라가 된 시민들
② "택시보다 대리비가 더 싸져"…"대중교통 막차시간 늦춰달라"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3800원이던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지난 1일 오전 4시부터 4800원으로 올랐다. 이달부터 할증률도 기존 20%에서 40%로 높아졌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 사이 택시를 이용하면 기본요금은 6700원이다./사진=뉴스1
"여기서 2009년부터 장사했는데 올해가 최악이에요."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백모씨(50대)는 이같이 말했다. 2월 1일부터 서울 택시 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번화가 식당이 직격타를 맞았다. 자정 이후까지 술자리를 갖던 손님들은 밤 11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 택시 대신 버스,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하기 위해서다. 백씨는 "4월부터는 소주와 맥주 가격도 오른다는데 팍팍한 경기에 손님이 더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정환씨(60대)도 "설 연휴가 있어 매출이 줄어드는 1월보다 2월 매출이 20% 가까이 더 줄었다"며 "다들 일찍 집에 가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2차, 3차 회식 장소로 이용되는 식당에는 손님이 더 줄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호프집 사장 오일권씨(70)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1차에서 회식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택시비가 올라 2차를 더 안 온다"며 "원래는 테이블 18개 중 9개 이상은 찼는데 요즘은 밤 10시 이후 서너 테이블에만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육회집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최모씨(50대)도 "사람들이 오가며 테이블 순환이 돼야 하는데 밤 9시부터 새로운 사람이 안 온다"며 "이런 분위기가 오랜 기간 이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길어진 술자리에 버스와 지하철을 놓친 시민들은 택시를 타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젊은층은 24시 카페, PC방,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대중교통 첫차 시간을 기다린다. 서울 중구에서 일하는 윤모씨(28)는 "친구랑 술을 마시다 지하철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탔는데 기본요금이 6700원인 걸 보고 술이 확 깼다"며 "그 이후로는 카페에서 지하철 첫차를 기다렸다가 타고 간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34년째 택시를 운행하는 백모씨(60대)는 "30대인 아들은 아빠가 택시기사인데도 술을 먹은 뒤 할증 시간 피하려 PC방에 갔다가 지하철 첫차를 타고 집에 온다"며 "다른 청년들은 오죽할까 싶다"고 했다.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신모씨(28)는 "'택시 탈 돈이면 술 몇 병을 더 먹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심야에 택시 타기가 망설여진다"며 "차라리 방을 잡아 더 놀고 택시 할증이 끝난 뒤에 귀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장년층은 자차로 출근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전에는 택시비보다 대리비가 비싸 차를 두고 나오는 게 경제적이었지만 요금 인상 후 상황이 바뀌었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택시비 인상 전에는 회사에서 집까지 2만4000원 정도 들었는데 이제는 3만원이 넘어가 대리운전을 부른다"고 말했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씨(50대)는 "버스나 지하철이 끊기면 택시만 탈 수 있는데 다른 대중교통도 운행 시간이 늘어나 선택권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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