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조류충돌 최근 3년간 57건…365일 새들과 전쟁[0]
조회:715추천:0등록날짜:2023년03월08일 10시41분
제주공항 조류충돌 최근 3년간 57건…365일 새들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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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조류 충돌 예방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활주로 주변서 근무
수십종의 텃새와 철새 쫓아내기 위해 동분서주…지난해 21건 충돌
조류 퇴치에 엽탄과 공포탄·음파 등 활용…개·고양이까지 퇴치
편집자 주
한 해 16만대 이상의 비행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섬인 제주로서는 뭍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이고, 제주도민들에게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해 2500만명의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자 다양한 기관과 업체, 직종이 어우러진 백화점과 같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주국제공항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일을 하는 곳인지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를 연속 기획보도합니다. 열세 번째 이야기, 항공기와 새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 선 '조류충돌예방팀'을 소개합니다.
▶ 글 싣는 순서 |
①"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②"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④"항공기 사고 3분내 도착, 제주공항 소방구조대가 맡는다" ⑤제주공항 구조·화재·구급 해결사 '소방구조대' 입니다 ⑥제주공항 화장실 추태…샤워에서 고기 손질까지 ⑦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제주공항은 올해도 비상 ⑧제주공항 활주로 1톤당 200만원 제설제 '초산칼륨' ⑨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⑩'항공기의 등대' 제주 하늘길 24시간 지킴이 ⑪긴장의 1초 1초 제주공항 지휘자 '관제사'의 하루 ⑫희귀직종 '관제사' 직업병·스트레스 넘어 항공 지휘 ⑬제주공항 조류충돌 최근 3년간 57건…365일 새들과 전쟁 (계속) |
제주공항에서 매년 두자릿수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합니다
지난 한해 제주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와 조류와의 충돌은 21건입니다. 2020년 18건, 2021년에도 18건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제주공항에서 발생하는 조류충돌은 속도가 줄어드는 착륙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것보다 기체와 부딪히는 경우가 잦아 조종사가 인식을 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기체를 점검하다 발견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버드 스트라이크 유무는 정비 점검 과정서 흔적이 발견될 경우 최종 제주지방항공청이 결정합니다.
1kg 새 한마리, 항공기와 충돌 때 5톤 충격
도로에서 자동차와 동물이 부딪히는 사고가 나듯 하늘에서도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입니다. 그 커다란 철덩어리 항공기와 연약한 새가 부딪힌다고 뭐가 대수냐 싶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시속 400㎞ 가까운 속력으로 이륙하는 항공기에 채 1㎏도 안 되는 새 한마리가 부딪힐 경우 5톤에 달하는 충격이 가해진다고 합니다. 마하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도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는 철새와 충돌입니다. 운동에너지 공식을 복잡하게 대입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항공기가 새와 충돌하면 기체 파손은 물론 조종사의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여객기도 예외는 아닙니다. 새가 기체와 부딪히거나 엔진에 빨려 들어가 엔진을 손상시킬 경우 수백명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인명 희생은 한두 건이 아닙니다.
탑승객 목숨을 앗아가는 버드 스트라이크
지난 1월19일 오후 5시55분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새와 부딪혔습니다. 여객기에는 296명이 타고 있었는데 김포공항으로 회항했습니다. 지난해 11월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여객기도 새와 부딪혀 곧바로 회항했습니다. 두 항공기 모두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는 상황이 다릅니다. 1960년 미국 보스턴에서 출발한 이스턴 항공기가 찌르레기 무리와 충돌해 엔진이 파손되면서 추락, 탑승객 62명이 숨졌습니다. 1995년에는 알래스카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던 조기경보통제기가 기러기떼와 충돌해 승무원 24명 모두가 숨지기도 했습니다. 엔진으로 빨려들어간 새가 엔진을 박살내면서 정상적인 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결과입니다.
제주공항에 출현하는 조류, 한두 종이 아닙니다
제주공항에 나타나는 새 종류를 분석한 자료를 받아드니 공항인지 새 박물관인지 헷갈릴 판입니다. 생김새를 떠올릴 수 있는 참새와 까마귀, 제비, 꿩, 비둘기 등 일부 종을 제외하고는 이름도 생소한 종류가 대다수입니다. 알락할미새, 댕기물떼새, 바다직박구리, 흰뺨검둥오리, 칼새, 중대백로, 황로 등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제주에 살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가장 많이 포획된 순으로 보면 까치, 집비둘기, 떼까마귀, 멧비둘기, 참새 순입니다. 겨울에는 철새인 떼까마귀가 위협적입니다.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이동하다보니 이 녀석들을 쫓아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조류충돌예방팀, 새벽별 보며 출근해 달빛 뒤로 퇴근합니다
조류충돌예방팀은 첫 항공기가 엔진을 달구기 전에 활주로 주변에 배치됩니다. 오전 5시 출근한 이들은 출동 장비를 점검하고, 곧바로 제주공항경찰대에서 엽총을 받아듭니다. 밤 11시 항공기 가동이 멈출 때까지 수시로 이동하며 새들을 쫓아댑니다. 제주공항 버드스트라이크는 착륙하는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착륙 방향 쪽 활주로 주변에서 조류 퇴치 활동이 이뤄집니다. 3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나머지 12명은 3조2교대 근무를 통해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1시부터 항공기 종료 때까지 근무합니다. 덥든 춥든, 비가 내리든, 눈이 내리든 항공기가 멈추지 않는 한 이들의 임무도 쉼이 없습니다.
조류 퇴치 위해 엽탄에서 음파, 농약까지 살포합니다
새를 쫓는 데는 탄알을 흩뿌리는 산탄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대상을 맞추기보다는 활주로에서 쫓아내는 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렇다보니 공포탄도 많이 사용되는데요. 높이 떠 있는 새를 쫓기 위해 공포탄은 공중에서 터지도록 조작됩니다. '음파퇴치기'도 새를 쫓는 주요 장비 중 하나입니다. 고정형과 이동형 2가지 종류가 쓰이는데 음파 도달거리가 3km나 되고 방향 조절이 가능해 조류충돌예방팀이 폭넓게 써먹는 장비입니다. 공항 활주로 주변에서 둥지를 틀거나 먹이활동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풀을 깎거나 곤충류가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약을 뿌리기도 합니다. 열매가 나지 않는 가로수를 심는 것 역시 조류 퇴치의 또다른 방법입니다. 조류 퇴치를 위해 드론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공항 3㎞ 이내는 드론 비행 금지구역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새 이외에도 한껏 늘어난 개나 고양이도 문제입니다
조류충돌예방팀이지만 새만 잡는다고 임무가 모두 끝나는 게 아닙니다. 공항 안으로 몰래 드나드는 고양이와 개 역시 항공기 운항에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입니다. 다른 지방 공항의 경우 고라니까지 들썩거려 문젯거리가 되지만 제주는 고라니가 없는 데다 한라산 중산간 곳곳에 서식하는 노루는 해안가에 있는 제주공항까지 넘보지 않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조류충돌예방팀에 잡힌 개나 고양이는 동물보호센터에 곧바로 인계됩니다.* 조류 충돌 '버드 스트라이크',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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