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주문해야 되죠" 키오스크에 발걸음 돌리는 노인[0]
조회:715추천:0등록날짜:2023년03월10일 11시00분
"어떻게 주문해야 되죠" 키오스크에 발걸음 돌리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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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동물병원 등 키오스크 사용법 안내 미흡
전문가 "소비자 편의 고려해 운영…접근성 높여야"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기기를 다룰 줄 모르는데 그냥 주문을 받아주면 안 됩니까. 사용법 안내도 없고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라는 겁니까."
9일 서울 송파구의 한 김밥집에 방문한 이모씨(67)는 "키오스크 주문이 어렵다"며 직원들에게 대면 주문을 받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음식 조리로 바빠 응대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짜증을 내며 가게 밖으로 나갔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코로나 직후 식당과 카페를 비롯해 편의점, 동물병원까지 키오스크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노인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동물병원은 이달부터 키오스크를 통해 접수를 받기로 했다. 몰티즈 종 반려견을 키우는 박인자씨(70)는 "접수를 키오스크로 하라고 안내를 받았는데 글씨도 잘 보이지 않고 사용법을 전혀 몰라 결국 이용하지 못했다"며 "겨우겨우 부탁해 대면으로 접수를 했다"고 토로했다.
충남에 거주하면서 서울을 방문한 이인순씨(64)도 키오스크 이용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함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카페에 직원들이 바쁘지 않은데도 키오스크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키오스크에만 사람이 몰려 차라리 대면 주문을 일부 받아줬으면 했다"고 밝혔다.
키오스크 불편 겪었다 46.6%…"조작 어렵고 기기 오류"
정부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인 소비자 24에 따르면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을 겪은 피해 경험은 46.6%로 집계됐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주문 지연(52.8%), 조작 어려움(46.6%), 기기 오류(39.1%) 등이다. 전체의 90% 이상이 외식업 이용에 불편을 느꼈고, 이외에도 유통점포(30.4%)와 주차장(28.6%)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2030 세대들은 키오스크 이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정원씨(33)는 "메뉴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면서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과 말을 섞지 않아서 편하다"고 말했다. 이보라씨(26)는 "여러 명이 함께 식당에 갔을 때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크게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기프티콘도 바코드로 바로 읽혀 사용이 편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키오스크 기기의 편리성과 동시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비자24는 키오스크 표면에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폰트크기를 12mm 이상, 대체 콘텐츠 제공 등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 등 취약계층은 앞으로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면서 "사업자 측에서는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해 키오스크 운영을 해야 하고, 표시지침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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